[ 아내학대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범죄심리학회, 한국범죄심리연구, 2006. ]

본 연구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심층면접과 사례분석을 통하여 분석을 시도하였다. 연구결과, 피학대 여성들이 나타내고 있는 반응들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매맞는 아내 증후군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심각한 정도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나타내는 여성들이 많았다. 그 외에 비교적 폭력의 초기단계에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남편의 폭력행위에 대해 자책하거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지속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학대로 인한 낮은 자존감의 형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밖에 조사대상의 80%정도가 우울증을 호소하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도 있었다. 자녀를 갖고 있는 상담자 및 면접자들은 폭력의 세대간 전이에 대해 두려움을 나타냈는데, 이것은 장기간의 피학대여성들이 학대자로부터 벗어나 쉼터 등 시설 행을 결심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학대자들의 자녀들 중 아버지에 대한 심각한 분노와 보복심리를 나타내는 상담사례가 있어 이로 인한 제2의 범죄발생과 같은 3차 피해자화가 우려되었다.

피학대 여성들이 학대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대답한 것은 보복의 두려움이었다. 이러한 보복에 대한 공포는 피학대 여성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상담사례분석 결과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협박할 때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도 위협하는 사례가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내에 대한 학대는 심각한 폭력이 자행된 후에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해자의 이런 행위는 피해자에 대해 자신이 강력한 통제력과 남성적 권위를 갖고 있음을 자각시키고 본인 스스로도 이를 확인하려는 심리에 의한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성적학대 후에 여성들은 심한 모멸감, 분노,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끼며 자존감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피학대 여성들이 학대자 곁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나 가출 혹은 쉼터 등 가해자를 떠났다가도 되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자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자신이 떠났을 때 남겨질 자녀에게 가해질지 모르는 폭력에 대한 걱정과 자녀와 함께 떠난다고 했을 때 혹시 아버지와 떨어트린다는 것으로 인하여 자녀가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러한 응답은 비교적 높은 연령의 피해자들에게서 나올 것 이라는 조사 전의 예상과는 달리 젊은 연령의 피해자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반응이었다.

아내학대를 줄이기 위해, 경찰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지와 경고조치를 반드시 해야 하고, 피해여성들의 임시기거시설까지 찾아오는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여성들의 자녀양육 및 교육과 관련하여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착한 아내, 희생적 어머니 상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와 아직도 이런 환상 속에서 학대를 견디고 있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더 큰 해악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 스스로의 모습이 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