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심리평가보고서
서강범죄연구소
2013-11-11
없음
                                      “살인은 나의 직업이고, 경찰 사칭으로 금품을 갈취한 것은 부업이었다. 난 단지 좋아서 살인했다.”

  아래의 글은 한 언론에 실렸던 '유영철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재판부가 지난 8월 유씨의 성장 배경과 범죄 동기를 심층적으로 파악, 양형에 참작하기 위해 조사를 의뢰한 것. 재판부로부터 ‘판결 전 조사’의 위임을 받은 서울서부보호관찰지소가 지난 9월9일부터 20일까지 유씨를 직접 면담·조사해 얻어낸 분석 자료다.
서부보호관찰지소는 유씨의 유아기, 학창 시절의 모습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자료와 판결문, 경찰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K-WAIS, MMPI 등 다섯 가지 검사를 통해 검증해, 유씨의 심리 상태 및 각종 능력 수준을 수치화시켜 해석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털어놓은 유씨의 진술도 상세히 기록돼 있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유추해내는 귀중한 단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의 중심 내용과 조사 검사에 임했던 유씨의 반응을 간추려봤다.
보고서 첫머리는 유씨가 협조적으로 검사에 임했던 것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유씨가 지능 검사 중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검사에 매우 흥미를 보였다고 적고 있다. 또한 다소 철학적인 답을 요하는 검사에서는 유씨가 “이건 정답이 없는 거죠”라며 경계심을 드러냈으며, 우울·충동성 검사 등 자기보고식 검사에서는 각 문항을 꼼꼼히 살피는 집중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항목별로 나누어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언어와 동작 지능 등을 검사하는 K-WAIS(한국판 웩슬러 성인 지능검사)에서 유씨는 언어성 지능 106, 동작성 지능 118로 전체 지능지수(FSIQ)가 112로 평가돼 보통 사람 가운데 비교적 우수한 지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12는 보통 사람 1백 명 가운데 21위에 해당하는 수치. 최근 구치소 내에서 측정한 130대의 IQ 수치보다 떨어지는 것이지만, 교육수준(고졸)에 비해 즉각적인 문제 해결능력과 상황 대처능력이 비교적 높다는 해석이다.
언어 표현이나 추상적 언어 개념 처리 능력, 언어적 표현 능력은 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표준어 사용이 비교적 바르고, 한자 성어 등을 대화 중에 적절히 섞거나, 경찰의 수사 허점을 비유를 쓰며 비꼬는 모습 등에서 이미 언어적 표현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유씨를 분석한 노일석 서울보호관찰소 심리검사실장은 보고서에서 “유씨가 언어 표현능력 및 추상적 사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집중력과 정신적 기민성은 낮다”면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오는 열등감과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보상적 환상’을 발달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씨는 시각적 조직화, 공간지각능력, 민첩성 등에서 평균 이상 혹은 우수 수준의 결과를 나타냈다. 사회적 상황과 관계없는 부분에 대한 예견 능력도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반면 주의 지속 능력, 상징적 기억 처리 능력, 정신적 기민성 등은 평균 이하 수준으로 측정됐다. 숫자 외우기나 산수가 약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사회·문화와 관련 있는 상황의 이해력과 행위 결과에 대한 예견 및 계획 능력에선 낮은 수치를 보였다.
유씨는 K-WAIS 검사를 받으며 수갑을 찬 상황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빠르게 손놀림을 보이는 등 극도의 관심과 다소간의 불안을 함께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산수 문제에서는 2문제 연속으로 틀리자 문제 풀기를 아예 거부했을 정도.
그러나 유씨는 지능검사 실시 후 산수 문제를 풀지 않은 것과 어휘 문제에서 몇 문항을 놓친 것에 대해 ‘지능이 너무 높게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아 의도적으로 저항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유씨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지능지수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궁금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개인이 심리적으로 어떤 취약성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취약성이 대인관계 등 생활 전반에 대한 대처 방법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등을 광범위하게 진단하고 예측하는 다면적 인성 검사(MMPI)도 받았다. 그 결과 주로 반사회성과 편집증 등이 일반 평균 수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유씨가 사회적 규율이나 관습을 거부하고 권위적 대상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또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결여돼 쉽게 고립감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
또한 유씨가 의심이 많고 적대적이며 실패의 원인을 외부 현실에 돌리는 성격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유씨의 범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진 자 특히 기독교를 믿는 부유층을 주 범행 대상으로 노렸으며 검거 후에는 자신을 재판하는 재판부에 강한 저항 심리를 표출한 바 있다.
반면 강박증, 내향성 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사건으로 미결 수용중임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의 의식 상태가 이미 삶과 죽음을 초월한 상태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씨는 자신이 ‘30대에 죽을 운명’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유씨가 우울감이 전혀 없다’는 조사 결과는 그를 접견한 변호인과 심리학자들의 의견과는 상반되는 결과라서 향후 논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세 번째 검사인 ‘정신병질자 체크리스트’(PCL-R)는 1991년에 개발돼 북미에서 범죄자의 반사회적 성격을 평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석법. 두 번째 방법에서 도출된 결과와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역시 대인관계, 정서성, 생활방식, 반사회성의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검사가 진행됐다.
유씨는 이 조사에 협조적으로 응하고 생체실험과 시체 토막에 대해 대담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등 자신이 면담자인 양 면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사와 가족에 대한 질문에는 의도적으로 답변을 회피해 대화의 주제를 엽기적인 시체손상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조사자들이 자신의 엽기성과 기괴함에 놀라는 모습을 은근히 즐겼고, 철학, 음악, 미술, 문학, 신체구조에 평균인 이상의 관심과 지식이 있음을 뽐냄으로써 조사자에게 좋은 인상을 보이려고 애썼다는 것.
유씨는 또한 자신이 자백하지 않았으면 대부분의 사건이 완전범죄로 묻힐 수 있었을 정도로 자신은 치밀했고 완벽했음을 자랑하면서 수사기관과 심리학자들의 무능함을 비웃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자신의 파워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끝까지 조사자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자는 ‘4회에 걸친 면접에서 유씨가 살인사건을 묘사하는 데서 약간의 불일치가 있었고 간질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짙음’이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병리적 거짓말, 자기 과대포장 등의 항목이 담긴 ‘대인관계’ 부분에서 유씨는 8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이는 백분위의 100점에 해당하는 점수로 1백 명 중 ‘정신병질성’이 1위에 해당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서성’ 부분에서 유씨는 후회나 죄책감이 결여된 것으로 기록됐다. 자신의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들의 정숙하지 못한 생활과 어리석음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보고서는 유씨가 가족에게 미안해 하는 진술을 할 때에도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마치 동화책 속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유씨가 “살인은 나의 직업…”이라고 진술하는 등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의 생명을 가책도 없이 빼앗아 훼손하고도 냉혈한적 행동과 사고를 보인 부분은 그의 ‘무정함’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살인을 하고 나면 나른하고 피곤하여 숙면을 취하게 되고 다시 살인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피해자의 시체를 매장하고 나면 하루 일을 보람있게 끝낸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조사자는 유씨의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유씨가 살인을 통해서 충동을 만족시키고 자극을 추구해온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유씨에게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인생목표를 세우고 추구하는 능력이 결핍돼 있다는 분석 결과도 눈에 띈다. 2003년 9월 그가 출소하면서 ‘2004년 첫눈이 올 때까지 1백 명을 살해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사실도 그의 충동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
이외에도 유씨는 반사회성, 문란한 성행위 등의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런 결과로 볼 때 유씨는 ‘높은 수준의 정신병질자(사이코패스:Psycopath)’로 평가됐다.
그렇다면 이런 면면을 정신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정신병질자’는 범죄적 개념이기 때문에 정신병과는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 지각적인 오류나 사고의 논리적인 흐름에서의 장애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정신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삐뚤어진 사고체계가 유씨를 ‘사이코패스’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사자는 유씨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로르샤흐 검사(Rorschach)와 주제통각 검사(TAT)를 진행했다. 이들 검사는 추상적인 좌우대칭의 그림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사고의 특성을 분석하는 전통적인 심리검사방식이다.
조사 결과 유씨는 감정을 억압하는 편으로 나타났다. 평소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는 편이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고 오히려 쉽게 감정을 내보이는 것을 ‘평가절하’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유씨에게서는 우울감과 자신감의 상실이 나타났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자신감이 결여돼 있고,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에서는 열등감이나 부족함을 심하게 느끼는 편이라는 것. 유씨가 일반적인 대면관계를 매우 불편해하고, 가족 이외의 다른 면식 관계를 맺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심리적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불편함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이나 사람을 재조직화하거나 사물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정해진 상황이나 도식을 마련해 놓고 사람을 만난다거나 무생물과 같이 생각하고 다루게 된다는 것. 유씨의 경우 혹시 사람을 일종의 무생물로 여겼기 때문에 연쇄살인과 엽기적 사체 훼손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 조사에서 유씨는 매우 자기 중심적이고 자신의 정당함이나 우월감을 주장하고 이를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유씨의 평가가 양분돼 있었는데 이는 자신이 때로는 보잘 것 없고 부족하며 상처입는 존재로, 때로는 지배적이고 권력이 있는 존재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
‘지배적이고 권력이 있는 존재’ 쪽을 원했던 유씨에게 살인은 이런 심리적 갈증을 보상받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유씨에게서 정신병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동안 유씨의 심리 상태를 놓고 의료계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정신 질환이냐 아니냐’ 하는 설전이 벌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채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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